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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일기

왓챠플레이 인생 영화 추천 : 와일드 [Wild] 감상 후기

 

[가난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함께 살아야 했던 유년시절. 하지만 따스한 엄마와 하나뿐인 남동생과 악착같이 살아가던 '셰릴'. 인생의 버팀목이자 희망이었던 엄마가 갑작스러운 암 진단을 받고 사망하자 셰릴은 삶의 길을 잃고 헤매이기 시작한다. 어떠한 목적도 없이 인생의 끈을 놓아버린 셰릴은 남편과 이혼을 결정하고 자신의 인생의 길을 찾고자 기나긴 하이킹을 시작하게 되는데.. 언제든 포기하면 되지만 셰릴은 괴물같이 큰 가방을 이고서 힘겹게 길을 걸어간다. 지독한 더위와 쓰라린 고통보다 더 셰릴을 괴롭게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들. 혼자 덩그라니 남겨진 이 길의 끝에 서면 그녀는 엄마와 함께 잃어버린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리즈 위더스푼의 재발견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화이자 빅 리틀 라이즈의 인연을 있게한 영화입니다. 달라스 바이어스로 이미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수상 이력이 있는 장 마크 발레 감독의 영화로 감독 특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수상을 안겨준 달라스 바이어스보다 이 영화 '와일드'가 감독의 대표작이라고 불리워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깊게 와닿은 작품이네요. 이 영화에서 함께한 배우 리즈 위더스푼과 로라 던은 HBO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에서도 감독과 함께 했습니다. 빅 리틀 라이즈도 제가 소개해 드린 적있는 작품으로 저를 비롯한 전세계 많은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호평을 받은 작품이죠. 시즌 2까지 호평이 이어지기는 힘든데 시즌2도 굉장히 잘 연출해서 마지막 마무리까지 잘 끝낸 드문 웰메이드 드라마입니다.

 

극 중 셰릴은 엄마의 죽음으로 길을 잃고 방황하기 시작하는데요, 불안정한 삶을 안정하게 이어가줄 수 있게하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녀를 벼랑 끝으로 떨어뜨리고 맙니다. 특히 암선고를 받고 1여년 정도 시간이 있을 줄 알았지만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사망했고 엄마의 마지막 임종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절망감도 그녀를 힘들게한 원인 중에 하나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셰릴은 그녀의 남편을 두고 많은 남자들과 의미없는 하룻밤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고 또한 마약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의 아이인지도 모를 임신까지 하고나서 인생의 끝자락에 다다른 그녀는 임신테스트기를 사러간 상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트래킹' 책에 눈길을 사로잡힙니다.

 

심리 상담도 소용없었던 상처를 황망하게 펼쳐진 드넓은 길 위에서는 찾을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긴 여정을 떠난 셰릴. 이혼 후 성을 '스트레이드'로 바꾸는 장면에서 그녀가 얼마나 스스로의 삶을 '길잃은 양'처럼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작은 체구로 큰 짐을 이는 장면들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언가의 작은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었어요. 매 순간 후회하지만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직진하는 셰릴의 모습에서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들을 포기하고 살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에 후회가 없는 지에 대해서 계속 생각이 나더군요. 힘들지 않냐는 사람들의 물음에 셰릴은 '지금 이곳보다 내가 살던 현실의 삶에서 더 힘들었다'라는 말을 남기는데 그 말이 왠지 깊이 공감이 갔습니다.

 

이 영화는 대단한 반전도 어떠한 스릴도 큰 감정씬도 없지만 인생영화라고 칭송될 만큼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마지막 순간 셰릴과 함께 길고 험한 길을 걸어온 듯한 느낌을 주며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두었던 삶은 얼마나 야성적이었나'라는 말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삶에 책임지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는 삶은 정말 감독의 말처럼 굉장히 야만적이고 날이 서있으며 주변의 많은 생명들에게 그 날로 무참히 상처를 입힙니다. 셰릴처럼 모두가 극한의 상황을 견뎌가면서 인생의 목적을 찾아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으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책임져야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기로에 섰을 때, 무언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보시면 좋을 작품입니다. 12월 20일까지 왓챠플레이에서 감상 가능하니 서둘러 보시길 추천드립니다!